2017
장수촌 오키나와의 장수비결
일본은 세계적으로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다. 특히 100세 이상 장수 노인의 수는 1963년에는 153명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 무려 3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100세가 넘는 노인의 수가 5년 이내에 2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박명윤 ·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보건학박사회 고문  
문화  |  레저/건강


 

일본 내에서도 장수 노인이 가장 많은 지역은 오키나와(Okinawa)이며, 인구 130만명 중 100세 이상 고령자는 740명에 이르러 인구 10만 명당 58명이 해당된다. 또한 오키나와 주민의 평균수명은 81.2세로 일본 전체 평균인 79.9세보다 높다. 그리고 미국(76.8), 그리스(78.1)와도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오키나와는 장수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오키나와는 1973년부터 2004년까지 32년 동안 일본에서 가장 수명이 긴 지역이었다. 이에 1995년에 세계장수지역선언을 발표했으며, 오키나와 섬 북쪽에 위치한 오기미 마을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최고의 장수촌으로 인정을 받았다.

58번 해안국도에 인접한 오기미 마을 입구에는 오기미촌 노인클럽 연합회가 건립한 일본 제일 장수선언촌이라는 제목의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이 석비에 새겨진 선언에는 “80살은 사라와라비(오키나와 언어로 어린아이라는 뜻)이며, 90살에 저승사자가 데리려오면 100살까지 기다리라고 돌려보내라는 오키나와 엣 속담 문구가 포함돼 있다.


오키나와인의 장수 비결은 무엇인가? 장수 비결을 크게 건강한 식생활(영양),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정신) 등 세 가지 영역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할 때 영양은 연료, 운동은 윤활유, 정신은 운전 습관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세 가지를 평생 동안 조화를 이루며 실천하면 ‘100세 무병장수가 이루어진다.

인간의 장수를 결정짓는 유전자로 폭소-3(FOXO-3)이 대표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연구에 따르면 폭소-3 유전자는 노화를 막기 위해 세포주기와 당 대사, 에너지 항상성을 조절하고 손상된 DNA 복구,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노화를 해결한다고 해서 마스터 유전자로도 불리는 폭소-3 유전자는 모양에 따라 GG, GT, TT형으로 나뉜다. 세 유형 중 GG형과 GT형이 100세까지 생존한 확률이 TT형보다 각각 3, 2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일본인은 백인, 흑인에 비해 G유전자를 적게 가져 유전적으로 오래 살기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러나 G유전자가 없는 사람(TT)도 식물영양소를 먹으면 폭소-3 유전자를 활성화하여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이에 오키나와 주민들이 오래 사는 이유 중 하나는 특별한 전통식생활 때문이다.


오키나와에서 자주 쓰는 말 중 하라하치부라는 게 있다. , 식사를 전체 포만감 중 80% 정도 찰 정도까지만 먹고 배가 부르기 전에 수저를 놓는다는 의미이다. 이는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는 식습관을 가진 오키나와 주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서는 비만한 노인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소식은 노화 조절법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을 세계의 노화학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오키나와 100세 장수 노인들의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량은 남자는 1400칼로리, 여자는 1100칼로리 정도이므로 일반 서양인들이 섭취하는 2400칼로리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오키나와 주민들의 식단은 주로 칼로리가 낮은 채소나 해조류 위주로 구성되며 고구마가 주식이다. 또 콩, 생선, 돼지고기, 과일 등을 즐겨 먹는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 본토에 비해 과일과 채소를 1.5배 이상 먹는다.

고구마에는 베타-카로틴(beta-carotene) 같은 강력한 항산화 기능을 하는 식물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천연카로티노이드의 한 종류로 비타민 A의 전구체로 가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항산화제와 유리기(free radical) 제거제로도 역할을 한다. 베타-카로틴은 녹황색 채소와 해조류에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일본인들은 콩으로 만든 두부, 낫토 등을 즐겨 먹는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일본 본토 사람들보다 콩을 1.5배나 많이 먹는다. 두부는 동북아시아에 거주했던 북방 유목민족이 두유를 만들면서 개발된 것으로 추측한다. 즉 두유가 바닷물과 섞이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보고 두부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계적 건강식인 낫토는 우리나라 청국장처럼 콩이 원료인 발효식품이다. 1987년 일본의 스키 스미 히로유키 구라사키대학 교수가 낫토에서 발견한 효소 낫토키나제가 혈전을 녹이는 효능이 있어 뇌졸중 치료제에 들어간다. 낫토를 규칙적으로 먹으면 혈관에 혈전이 쌓이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돼지고기를 껍질 채 무, 다시마 등과 함께 푹 삶아 조리해서 먹는다. 삶는 과정에서 혈관 건강에 나쁜 포화지방이 대부분 제거된다. 기름이 빠진 돼지고기를 다시 냉장고에 넣어 하얀 기름이 생기면 제거하고 먹는다. 또한 고기를 먹을 때는 녹황색 채소, 해초, 콩 등과 함께 섭취한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츠케모노(일본식 절인 배추)를 먹지 않으며, 조리 시 되도록 소금을 추가하지 않으므로 하루에 소금을 7g 정도로 적게 섭취한다. 오키나와에서 생산되는 흑설탕을 사용하며, 약초를 즐겨 먹고 차()를 자주 마신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생선을 서양인들보다 20배 정도 더 많이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선에는 단백질, 아연, 필수지방산, 비타민 B군이 풍부하고 포화지방산이 적으며, 심장병 예방과 뇌 발달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도 많이 들어 있다.

건강한 식생활과 함께 적절한 운동과 노동, 스트레스 관리, 여유 있는 삶의 자세도 중요한 장수 비결로 꼽힌다. 오키나와 장수과학센터 스즈키 마코토 소장은 오키나와 장수인의 일상 자체가 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음식, 항산화 운동, 항산화 문화 등 3대 항산화 일상생활이 장수와 건강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장수촌 주민들은 각자 방식으로 정서적 안정감과 강한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적 삶을 꾸려가고 있다. 오키나와에서는 사는 보람으로 해석되는 이키가이가 삶의 원칙이다. , 가족을 위해 농사일을 하든, 어린 손자를 돌보든, 가라테(태권도)를 가르치든,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면 할 일들이 있으며 이를 죽을 때까지 실천하며 생활한다. 따라서 노년에도 외롭거나 적적할 시간이 없다. 가족, 친구, 이웃 간의 집단적 소속감과 깊고 끈끈한 우애가 자연스럽게 장수문화를 형성한다.

이에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는 우리나라도 건강한 장수 문화를 만들려면 가족, 친구, 이웃 간에 끈끈한 공동체적 생활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재테크와 건강관리도 중요하지만,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정테크가 필요하다. 100세 무병 장수는 건강한 하루하루가 평생 동안 쌓여 만들어진 결과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월간 프린팅 코리아 2017년 4월호 통권 178호    

 
 

  프린팅코리아 201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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