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광복의 달 8월에 되새기는 차상찬 선생
우리나라 잡지 언론의 선구자이자 독립군
바쁘다는 핑계로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게 참 많다. 8월을 맞아 조국 광복을 위해 분투해온 독립유공자의 넋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청오 차상찬 선생(1887~1946)은 총 대신 펜으로 조국 광복을 위해 싸웠던 우리나라 잡지계의 선구자이자 독립군이었다. 조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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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월 은관문화훈장 추서

차상찬 선생은 우리나라 근대 문화의 태동기에 잡지 및 언론의 선구자로서 사명을 다한 언론인이자 독립군이었다. 민족의 얼을 지키고 전파해온 위대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계에서가 아니라 잡지라는 언론을 통해 독자와 민중을 계몽하고 애국심을 고취시키며,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함으로써 위기에 처한 현실을 해쳐나갈 지혜와 힘을 기르고자 노력했다.

이처럼 잡지와 평생을 함께했던 차상찬 선생의 삶은 우리 민족의 근대사만큼이나 굴곡져 있다. 또 세상에 잘 알려지지도 않았다. 타계한 지 64년이 지난 2010111(45회 잡지의 날)이 되어서야 은관문화훈장을 추서받을 수 있었다. 1920년에 창간된 <개벽>지의 편집주간과 발행인 등을 역임하고 10여 종의 잡지를 발행해 한국 잡지 115년사에 큰 업적을 남긴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또한 20175월에는 차상찬 선생 탄생 130주년을 맞아 강원도민일보와 청오차상찬기념사업회 공동으로 개최한 청오 차상찬 탄생 130주년 기념 학술대회가 한림대에서 열리기도 했다. 학술대회는 개벽의 문화적 민족운동과 항일(정진석 한국외대 명예교수) 차상찬 전집(선집)발간을 위한 자료조사의 범위와 방향(정현숙 한림대 교수) 차상찬의 아동문학 연구(오현숙 충북대 교수) 천도교와 개벽사, 그리고 차상찬(이혜정 서울여대 교수)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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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종합잡지의 효시 <개벽>

차상찬 선생과 함께 항상 거론되는 <개벽>은 우리나라 종합잡지의 효시요, 민족지였다. 차상찬 선생은 <개벽>의 창간동인이자, 이돈화, 김기전, 방정환의 뒤를 이어 1931년부터 개벽사의 편집인 겸 발행인으로 취임, 그때부터 개벽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17년간을 온갖 고초 속에 잡지를 이끌었다. <개벽>을 비롯해 <혜성>, <부인>, <어린이>, <신여성>, <학생>, <제일선>, <별건곤> 등 개벽사 간행 잡지 매호마다 차상찬 선생의 투철한 계몽사상과 민족정신이 깃들지 않은 곳이 없다.

차상찬 선생의 힘은 해학과 직필에서 나온다고 할 만큼 특유의 기지를 발휘한 매서운 필치에 있다. 이로써 당대 저명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과 세태를 기사화했고, 독자들을 웃기고 울리며 항일 사상을 고취시켰다. 당시 사람들이 차상찬의 목이 달아나면 달아났지 그에게서 바른 말을 막을 수 없다라고 했다는 평가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때문에 일제 당국의 눈 밖에 나는 한편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풍자거리가 된 인사들의 항의도 끊이지 않았으나 직필의 의기는 멈추지 않았다.

 

 

여성·농민 등 사회적 약자 계몽

차상찬 선생은 강원도 춘천시 송암동에서 태어났다. 춘천 문학의 상징이 된 김유정도 차상찬 선생이 편집주간이던 <제일선>산골 나그네1933년 발표한 바 있고, 나도향, 이상과 같은 문학가들도 차상찬을 통해 문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정환과 함께 어린이 날을 기획한 이가 차상찬 선생이며, 여성, 농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일깨움을 시도한 이도 차상찬 선생이었다. 그리고 차상찬 선생은 천도교에 입문한 이후로 잡지 <개벽>의 기자로서 강원도의 역사와 문화, 풍속과 인물 조사(개벽 192312월호)를 하는 등 근대시기 조선인이 주체적으로 <개벽적 대사업>을 체계적으로 전개, 조사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뿐만 아니라 1923년 청오라는 필명으로 관동잡영에 강원도 지역이나 명승고적을 소재로 한 한시를 게재했으며, 강원도편 종합조사지인 조선의 처녀지인 관동지역이라는 기사는 관동의 지명유래에서 시작해 지리 분포, 지세, 기후, 인정, 풍속, 언어, 연혁, 교육과 종교개황 등을 개괄한 바 있다.

또한 차상찬 선생의 형인 차상학 또한 32세에 천도교 기관지 천도교회월보 초대 주간, 편집겸 발행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차상찬 선생의 매형은 정인회 의병장이었다. 춘천의 선비였던 정인회는 을미사변에 분개하고 단발령까지 공포되자 군인이던 성익현과 박현성과 뜻을 함께 하고 군인과 상인 세력으로 의병활동에 합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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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오를 비롯해 30여 개에 달하는 필명

애국과 계몽으로 일관된 차상찬 선생의 신념은 가난에도 오히려 청빈낙도하면서 잡지 언론의 사명을 다하는 거목의 삶으로 이어졌다. 1인 다역의 필봉을 휘둘렀던 선생은 본명과 호 외에도 가회동인, 월명산인, 삼각산인, 강촌생, 사외사인, 차돌이, 차천자, 풍류랑, 수춘산인, 각살이 외 30개에 달하는 필명을 갖고 다양한 글을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개벽>에는 72개 호, 2074개의 기사가 실렸는데, 그 가운데 1071개의 기사를 차상찬을 비롯한 개벽사의 직원들이 직접 집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필명을 확인할 수 있는 기사는 모두 636개인데, 차상찬 선생은 그 중 118개의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박달성의 136개 기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이고, 그 뒤를 김기전(108), 이돈화(84), 박영희(57), 방정환(27) 등이 잇고 있다. 그러나 개벽사 기자가 집필한 것은 확실하나 필자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기사 435개 가운데 차상찬 선생의 기사가 비교적 많았으리라는 것은 차상찬 선생의 다양한 필명, 집필 경향으로 보아 충분히 추측할 만 하다. 이는 <개벽>에서도 차상찬 선생의 역할이 이돈화, 김기전, 박달성에 필적하거나 넘어섰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차상찬 문고

차상찬 선생의 출생지인 강원도 춘천에 가면 그의 삶과 업적을 기억할 수 있는 차상찬 문고라는 이름의 기념관이 조성돼 있다.

고서 박물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차상찬 문고는 차상찬 선생의 글이 수록된 고서 <개벽>, <별건곤>을 비롯해 그의 육필 원고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차상찬 문고에서는 <어린이>, <신여성> 등을 필두로 한국 근대기의 잡지, 동인지, 문학지, 여성지 등의 귀중한 고서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신소년>, <조선아동>, <신소녀>, <소학생>, <새벗>, <학원> 등을 전시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에 발간된 한국 아동잡지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차상찬 선생은 일제의 식민정책을 비판하는 논설부터 날카로운 사회풍자, 인물만평 등 수많은 직필을 통해 독자적인 독립운동을 펼쳤는데, 검열기관의 눈을 피하기 위해 30여개의 필명을 사용했다.

문고의 초입을 장식한 <개벽>1920년 창간된 종합 잡지로서 일제 탄압에 맞서 민족의 의사를 대변했던 한국 근대기를 상징하는 도서다. 그러나 <개벽>은 일제에 대한 강경한 논조로 인해 창간호부터 판매금지를 당하였고, 검열 문제로 임시호 혹은 호외로 발행을 이어가다가 결국 1926년 강제 폐간됐다. 이후 1934년 차상찬 선생은 8년 만에 <개벽>을 속간했지만 제4호를 끝으로 더 이상 발행할 수 없었다. 그 당시 지식인들은 도서 발행 활동을 통해 소외받는 어린이와 여성문제 등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대중에게 한글이 확산되고 일상 속에 독서 문화가 자리 잡게 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차상찬 문고에서는 1898년 창간한 일간 신문인 <황성신문>의 창간호부터 종간호까지의 원본과 1896년에 창간된 최초의 민영 일간지 <독립신문> 영인본을 전시해 민중의 계몽과 일제에 저항해 자주독립을 위해 분투한 선조들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도록 했다.

201712월 춘천시 동면의 달아실 권진규미술관에서 온의동 데미안책방 4층으로 이전했으며, 이전보다 커진 규모로 신문, 도서 등 900여권을 진열하고 있다.

 

주소: 강원도 춘천시 춘천로 17번길 37, 데미안 4

관람시간: 연중무휴, 오전 10~오후 530, 관람료 무료

*사진 제공: 권진규미술관(차상찬 문고 운영자)

 

월간 프린팅 코리아 2018년 8월호 통권 194호    

 
 

  프린팅코리아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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